2012 5월호 DAZED




Q: 평소 수트 입을 때 지키는 원칙이나 스타일이 있다면 뭔가요?

A: 몸에 피트되게 입는 걸 좋아해요. 오늘은 그런 느낌과 조금 달랐지만 괜찮았던 것 같아요. 촬영 무척 재밌었어요.

Q: 오늘 입었던 의상 중 가장 마음에 든 건 뭐에요?
A: 물 빠진 듯한 수트가 좋았고요. 반팔에 모자 썼던 스타일링도 좋았어요. 아, 그걸 뭐라고 하죠?


Q: 서스펜더. 쉬운 말로 하면 멜빵?
A: 네. 아까 저희 스태프가 "이거 멜빵?" 그래서 제가 "어디 가서 그렇게 말하지 마"라고 했어요(웃음).


Q: 사람들이 잘생겼다, 멋지다라고 얘기하면 아직도 쑥스러워요? 아까도 계속 "제가 뭘", "어유", "아니에요" 그러던데요. 많이 들어서 이제 익숙할 법하지 않나요?
A: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잘한다는 칭찬을 안 해주셨어요. 예전에 한번은 아버지랑 둘이서 술 마시는데 갑자기 "어렸을 때 내가 너무 칭찬을 안 해줘서 미안하다"고 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그런 얘기 들으면 겸연쩍어요.


Q: 그래도 본인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있겠죠?
A: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죠. 잘한다기보다 못하진 않아요.


Q: 사람들이 창민 씨에 대해서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본인에게 가창력이 있는 걸 자기 자신만 모른다"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해요?
A: 음, 제가 좀 엄격해서요.


Q: 데뷔한 지 10년 가까이 됐는데도요?
A: 우등생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바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인터뷰할 때도 바른 말만 쓰고, 올바른 말만 하려고 했어요.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포장한다고 해서 착하게 보일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억지로 노력하다보니 스스로를 가뒀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생겼죠. 전 이런 사람입니다, 라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싫어요. 말 한마디 좋게 해서 그 사람에게 나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렇게 보이고 싶지도 않고, 안 그러는 게 편해요. 요즘에는 실수를 해도 '아, 괜찮아. 난 이거보다 더 잘하는데 그럴 수도 있지. 내가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뭐' 그렇게 생각해요. 제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꾸준히 노력한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믿기 시작했죠. 일본에서 최근 두세 달 동안 20회 가까이 공연했는데, 실수했다고 스트레스 받고 속상해하고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매회, 매 순간 실수를 해도 재밌었어요. 저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요.


Q: 근데 그 실수가 우리가 생각하는 큰 실수 아니죠?
A: 얼마 전에 홍콩에서 공연할 때 음 이탈을 했는걸요. 예전 같았으면 으아아아악 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얼굴에 뭐 막 나고 그랬어요. 2주 전부터 집에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체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무대 올라가기 전에 목소리를 내봤는데 소리가 안 나오는 거예요. 아, 오늘 한 건 하겠구나, 이미 직감을 하고 매니저 형에게 놀라지 말라고 미리 얘기를 해뒀죠.


Q: 고생한 자신에게 보상은 뭘로 해요?
A: 전 술 마셔요. 오늘도 술 마시러 갈 건데요.


Q: 스스로에게 엄격하다고 했는데 술에 대해서는 아닌가 봐요? 술 먹고 절대 흐트러지지 않나요?
A: 아. 흐트러집니다. 갑작스런 신체의 변화나 생리 현상으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지만요.


Q: 누구랑 마셔요?
A: 회사 친구들은 자주 만나기 힘드니까 주로 집에서 혼자 마시거나 매니저랑 마셔요.


Q: 배 나올 걱정은 안 하고요?
A: 술배가 나오긴 하는데, 그래도 적당히 마시면 되니까요.


Q: 설마 술집 같은 데서 마시진 않죠?
A: 가끔 호프집 가는걸요.


Q: 사람들이 알아보면 난리 나지 않아요?
A: 알아보는 분 있으면 인사해요. 그러고 나서 신경 안 쓰고 그냥 마셔요. 밖에 나갈 땐 안 튀게 입으니까요.


Q: 맥주 말고 자신에게 줬던 선물 중 제일 큰 건 뭐였나요?
A: 저 스스로에게 큰 선물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잠깐 한순간에 생기는 충동과 내가 이걸 사면 꾸준히 오래 쓸까를 구분하는 편이에요.


Q: 아까 촬영하면서 팔에 쓴 공자 말씀이 떠오르네요. 공자로 하길 잘했어요.
A: 눈이 돌아갈 정도로 욕심 나는 차가 있긴 해요. 하지만 지금 타는 차를 딱히 바꿀 필요를 못 느껴요. 회사에서 선물받은 차거든요. 없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잘 쓰고 있는데 굳이 사진 않아요.


Q: 그럼 가장 많은 돈을 써본 기억은 뭐예요?
A: 3, 4년 전인가 오랫동안 같이 고생했던 매니저 형 결혼식 때 낸 축의금요. 사람에 따라 큰 액수, 작은 액수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저에겐 그때가 제일 크게 돈을 쓴 기억이에요.


Q: 최근에 본 뉴스가 떠오르네요. 가장 4차원적인 연예인 1위로 뽑혔던데 왜 그런 거예요?
A: 팬들이 "고3인데 오빠 보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그러면 전 "제정신이냐?"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신화의 동완이 형이 "신화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적 있잖아요.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전 사탕발림 같은 건 못해요. 나 때문에 그 아이들의 인생이 어떻게 되는 것도 싫어요. 제가 책임져주지 못하는 거잖아요. 이건 저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는 건데요(웃음). 관심 없으면 이런 말도 안 했을 거예요. 나 때문에 그 아이들이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그런 얘기를 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Q: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의 <황금을 안고 튀어라>를 아사노 타다노부, 츠마부키 사토시 등과 촬영했어요. 그 영화에 캐스팅된 건 동방신기라서인가요?
A: 제 입으로 얘기하기 되게 쑥스러운데, 감독님이 후보들 중에서 저를 봤을 때 어떻게 꾸미면 아이돌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또 어떻게 꾸미면 세련되지 않은 이미지도 풍길 수 있다고 생각하셨대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어요(웃음). 제가 "칭찬하시는 거죠?" 그랬더니 "음, 그게 꼭 칭찬은 아닌데..." 그러더라고요.


Q: 아사노 타다노부, 츠마부키 사토시 앞에서 주눅 들진 않았나요?
A: 네. 주눅이 들고 그런 건 없었는데 언어 때문에 너무 힘들었고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일본어로 생활하고 지내는 정도는 무리가 없는데, 연기를 하고 상대방이 하는 외국어를 해석해서 반응하는 것에는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어요. 일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숙어인데 못 알아듣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일본은 편의점에서 투명한 컵에 술을 담아 파는 게 있어요. 싸고 간편해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술인데 그걸 상대방이 나에게 권하면서 '니트로글리세린'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전 그냥 단어 그 자체로 받아들였는데 그게 '폭탄'을 전해주는 느낌이라는 거예요. 누가 봐도 폭탄 같은 걸 니트로글리세린이라고 한다는 거죠. 그걸 촬영 직전에 알아듣는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다 보니까 감독님이 원하는 게 뭐고 이게 어떤 인물인지 아는데도 긴장이 되더라고요. 머릿속으로는 아는데 행동으로 옮기려면 긴장이 되니까 그걸 제대로 못한다는 것, 그 스트레스가 제일 컸어요.


Q: 라이브 투어와 병행하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었을 것 같아요.
A: 제가 영화에서 맡은 역은 세상에서 소외당하고 스스로도 세상을 소외시킨 인물인데, 촬영 바로 다음 날에는 55만 명 정도가 들어오는 공연장에서 라이브하며 즐거움을 주는 공연자로 서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영화에 몰입이 잘 안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어요. 그러면서도 아주 좋은 감독, 배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아, 진짜 짜증 난다' 싶더라고요. 배운 것도 많고 보람도 느끼지만 정말 인정하기 싫을 정도로 아쉬웠거든요. 내가 지금 왜 아쉽지? 내가 여기서 배우는 게 많다는 걸 느끼는 게 분한 상태, 그래서 좋았던 경험이었어요.


Q: 그래서 그 영화를 다시 찍으라고 하면 찍겠어요?
A: 일본에는 촬영이 끝나면 배우들에게 수고했다고 꽃다발을 주는 풍습이 있더라고요. 꽃다발을 전하면서 메이킹 카메라가 "촬영이 끝났는데 기분이 어떠냐" 고 물어보더라고요. "아, 정말 이렇게 힘든 작업이라는 걸 미리 알았으면 안 했을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감독님 얼굴 보면서요(웃음).


Q: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사실 연기를 잘했잖아요. 시청률이 낮고 관심을 별로 못 받아서 '내가 한 것만큼 인정 못 받았다'는 아쉬움은 없었나요?
A: 처음 하는 거니까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었지만, 망했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처음 한 연기로 크게 손가락질받진 않았으니까요(웃음).


Q: 어떤 일을 하건 손가락질받진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죠?
A: 네. 그거 되게 싫어해요. 남한테 부족해 보이는 것. 비속어지만 정말 와 닿게 말씀드리면 '딸려 보이는' 느낌. 그거 정말 싫어요.


Q: 그 '딸린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A: 네. 저 많이 들었어요. 데뷔 초에 춤 못 춘다고. 제가 솔직히 춤으로 뭘 이뤄 정점을 찍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솔직히 지금도 없어요, 라고 말하면 회사가 싫어하려나? 어쨌든 '쟨 안 되겠다'는 얘길 듣긴 싫었어요.


Q: 가수가 되기 전에 연예인에게 열광하면서 그 사람의 포스터를 벽에 붙여놓거나 사진을 모으거나, 그런 적 있나요?
A: 아뇨. 친구들하고 게임도 해야 하고 축구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았거든요. 하하.


Q: 다시 태어나도 동방신기 할 거예요? 그 기회가 똑같이 온다고 해보죠.
A: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활이 싫다기보다는 한번 해봤으니까 다른 거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요즘은 이 일이 정말 재밌어요. 춤추고 노래하는 거요. 지금 마음으로는 또 할 것 같아요.


Q: 유명인으로 산다는 것의 불편함은 어때요? 감당할 수 있어요?
A: 요즘에는 팬이 많지 않아서요(웃음). 농담이고요. 데뷔 초반에는 되게 신경이 쓰였어요. 아무래도 내가 좇던 꿈이 아니었고, 내가 상상도 못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아,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이걸 왜 해서 스트레스 받고 있을까' 나 자신에게 원망을 많이 했었어요. 지금은 마냥 즐거워요.


Q: 뭐가 그렇게 즐거워요?
A: 이렇게 일하고 노래하고 기타도 배우고 음악도 듣고 해외를 돌아다니는 거요. 이런 일 안 했으면 제가 마일리지가 몇 십만이 쌓였겠어요(웃음)? 게다가 흔히들 말하기로 저희가 잘됐잖아요.


Q: 공항에서 책 사는 모습 찍힌 걸 봤어요. 스티브 잡스 자서전은 다 읽었나요?
A: 아, 제가 900쪽이 넘는 책을 사가지고(웃음). 지금 3분의 2 정도 읽었어요.


Q: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A: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해 쓴다고 하면, 보통 그 사람의 업적이나 좋은 점만 나열하는데 이 책은 전혀 안 그렇잖아요. '어, 이 사람 뭐지? 성격 파탄자 아냐? 가족사는 왜 이래?' 그러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안 좋은 면이 있어서 재밌는 것 같아요. 스티브 잡스의 발상 자체가 남들과 다르고, 사물을 바라보는 다른 각도의 관찰력도 놀랍고요.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문구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세상은 미치광이들이 만든다는 거죠.


Q: 창민 씨에 관한 책이 나온다면, 그 첫 문장으로는 뭐가 좋을까요?
A: 비속어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이런 말 해도 되나? 최대한 거르고 걸러서 표현하면, '정말 개처럼 파란만장하게 살았다'. 하하. 그게 좋을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파란만장했나요?
A: 일단 제가 국어 선생님의 아들로 태어난 것 자체가 에러였어요(웃음). 결코 쉽지 않은 지점이었죠.


Q: 앞으로 더 파란만장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A: 아유, 그럼요. 더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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